[기자수첩]"시장·시의원은 시민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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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장·시의원은 시민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 강주완
  • 승인 2020.07.21 0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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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김포 강주완 대표
포커스김포 강주완 대표

하얀 도화지가 있다. 나는 여기에 멋들러진 숲을 그리려고 한다. 먼저 나무 한 그루를 그리고 도화지를 바라보니 정말 초라하고 꼴 보기 싫었다. 

하얀 도화지에 나무 한 그루만 있어 그런가 싶어.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럴 뜻한 숲이 그려졌다. 난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그림을 보여줬다. 

한 친구는 "저기 나무 한 그루가 좀 이상해 삐뚤삐뚤하고 나무 같지 않아서 보기 싫다"면서 "(지적한 나무를 보며)이것만 좀 다시 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는 "에이 나무 한 그루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면 정말 잘 그린 그림 같아"라고 말했다. 

한 친구는 나무를 보았지만 또 다른 친구는 숲을 봤다.   

지난 17일 김포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문에서 경희대·대학병원 유치 문제를 두고 뜨거운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김인수 부의장은 시정질문에서 정 시장 발표대로 경희대가 오는지 또 김포시가 얼마나 경희대에 지원하는지를 놓고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 경희대 이사회나 교육부 승인도 MOU도 없는데 시가 내용도 없는 발표를 했다고 지적했다.  

더 줄이자면 결국 김포시가 경희대가 보낸 공문만 가지고 성급히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시장은 경희대가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공문을 받았고, 8월쯤 MOU를 체결하는 일정으로 실무협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의 입장에서 김 의원과 정 시장의 말을 듣고 보니 둘 다 맞는 말을 했다. 그리고 둘 다 김포를 정말 아끼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그리고 경희대와 병원이 김포를 위해 꼭 필요한가 아닌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했다. 김포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난 김포를 위해선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희대는 어떤 생각일까?

경희대 역시 파주와 인천, 김포를 두고 저울질 했을 것이라 본다. 경희대는 김포가 서울과 인접해 있고, 인근에는 일산과 인천도 같이 있어 학교 유치에 대한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을 것이라 추측된다. 또 계속 인구가 늘어나는 점, 교통 인프라가 좋아질 것이라는 점도 학교 유치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정 시장은 이제부터 중요하다고 말했다. 타 자체에서도 대학 유치를 희망하는 만큼 보안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자적인 행보는 금물이다. 의회가 논리적이고 타당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시의회 의원 한 명, 한 명이 시민을 대표하는 만큼 대화를 통해 협력하고, 포용해야 한다.  

시 의원들은 집행부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나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집행부가 추진하는 일에 맹목적인 발목잡기를 했다가는 역풍에 쓰러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안치환 아이러니 캡처 / 포커스 김포
안치환 아이러니 캡처 / 포커스 김포

안치환 가수의 ‘아이러니’라는 곡을 들어 봤는가? 여당, 야당 의원 할 것 없이 이 곡을 듣고 기분이 나빴다면 당신은 요즘 말로 ‘현타(현실 자각 시간)’를 맞은 것이다. 결국 썩은 나무는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심판할 것이다. 기회주의자들은 언젠가 걸러지게 마련이다. 

정하영 시장은 2018년 7월 2일 오전 10시 취임 선서에서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한번 이 말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시의원들은 당선된 후 짧은 기쁨 뒤에 밀려오는 책임감을 잊어선 안된다. 또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는지, 품격있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대안 없이 말싸움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17일 시의회 상황을 바라본 나는 김포가 발전하는 성장통으로 믿고 싶다. 그리고 김포라는 하얀 도화지에 협력이라는 붓으로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치열하게 토론해 멋진 그림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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