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일 도제교육에서 한국의 미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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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일 도제교육에서 한국의 미래를 보다
  • 조승현
  • 승인 2017.10.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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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도의원·경기도의회 교육위원

 

조승현 도의원

지방의원이 되고 보니 매년 한차례 국외 연수를 갈 기회가 생겼다. 비용의 상당부분은 개인이 부담하지만, 또 상당부분을 귀중한 도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가는 만큼 선심성 해외연수가 되지 않기 위해 연수의 테마와 방문기관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2017년 국외연수 테마로 “독일의 직업교육”이라는 주제로 정했고, 독일과 스위스의 직업학교를 둘러보며 우리의 특성화고 정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이 깊어진 연수가 되었다.
 
독일 학제의 출발점은 4년제 초등학교인 그룬트슐레에서 담당한다. 특이할 점은 한명의 담임교사가 한 학생을 4년간 지도한다는 사실이다. 4학년 말이 되면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인문계열인 김나지움으로 진학할지, 아니면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 레알슐레나 하웁트슐레로 진학할 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교사의 평가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 학생을 4년간이나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수업태도 등을 오래도록 지켜보았으니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교사에 대한 권위와 독일교육의 섬세함을 신뢰하기 때문에 교사의 결정을 대부분 이해하는 것도 특이할 점이다.
 
우리로서는 불과 11살짜리 아이에게 평생의 진로가 한 번에 결정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독일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진로결정 과정이었다. 또한 독일에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13살인 6학년까지는 인문계 학교와 실업계 학교 간 자유로운 전학을 허용하고 있어, 혹시 있을지 모를 성급한 진로결정의 대비책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일 학생의 절반 이상은 7학년부터 인문계 학교가 아닌 직업학교를 졸업한다. 그리고 정부와 회사에서 운영하는 아우스빌룽이라는 직업학교연수체제에서 실습교육과 학교교육을 병행한다. 이러다 보니 대학진학률도 50%가 밑돌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이 인문계 교육에 치중되어 대학진학률은 90%에 육박하지만, 막상 대학졸업 후 또 다시 직업교육을 받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이처럼 독일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직업교육이 체제화 되어 있고, 기업들도 도제교육 시스템 속에서 자신들이 바라는 인재에 대해 직접 육성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중세시대 길드 조합의 전통에서부터 형성되어 온 독일 교육의 전통으로 보였다. 연수중 방문한 필립 홀츠만 슐레 직업학교에서는 건설, 목재기술, 페인팅, 원예, 금속기술, 건물 유지보수 등 다양한 산업과 직업교육이 행해지고 있었다. 많은 수의 교사가 지도하고 있었고, 지역사회에 적합한 전문기술인력이 양성되고 있었다. 이들 중 80% 이상이 졸업 후 바로 취업한다고 하니 마냥 부러운 것은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학교에 대한 설명을 젊은 교장선생님이 직접 하신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교장 선발을 해당 학교의 교사협의회에서 능력 있고, 덕망 있는 교사를 스스로 선발해 교육청에 추천하거나 또는 주교육부에서 공모를 통해 선발하다 보니 진취적인 분이 교장을 맡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장선발방식이 대부분 근무평점과 승진가점 위주의 점수관리에 의해 교장이 선발되어 학교가 시대의 변화를 리드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였다. 연공서열이 높지 않은 교장이다 보니 우리네처럼 교장이 권위적이지도 않았다. 교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발로 뛰는 수석교사에 가까운 모습이었던 것이다.
 
교사의 권위 존중, 현장중심 교장 임용, 기업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가는 직업도제교육의 현장을 독일에서 목도하며, 우리 교육이 더 많이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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